1주일 만에 코스 분석…모리카와, 첫 출전 디오픈 제패

입력 2021-07-19 17:44   수정 2021-08-02 00:01


18일(현지시간) 열린 제149회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콜린 모리카와(24·미국)를 따라잡다 지친 조던 스피스(28·미국)는 경기 뒤 “저 친구는 대체 몇 살이냐”고 중얼거렸다. 18홀 내내 틈을 주지 않은 모리카와의 멘탈 관리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모리카와는 우승을 확정한 뒤 웃음 띤 얼굴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내 능력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골퍼로 유명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 있는 모리카와가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또 웃었다. 모리카와는 이날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8월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지 약 1년 만이다. PGA투어 5승째. 우승상금은 207만달러(약 23억7000만원)다.

모리카와는 루이 우스트히즌(39·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우스트히즌이 4번홀(파4)과 7번홀(파5)에서 보기로 삐끗한 사이 모리카와는 7~9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나섰다. 우스트히즌 대신 스피스가 7번홀 이글, 10번(파4), 13번(파4), 14번홀(파5) 연속 버디로 1타 차까지 쫓아왔다. 모리카와는 14번홀 버디로 다시 격차를 벌린 뒤 15번홀(파4)에서 3m 파 퍼트로 쐐기를 박았다. 남은 홀을 파로 막으면서 우승컵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첫 출전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모두 제패한 선수는 남자 골프 역사상 모리카와가 유일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모리카와는 우즈 이후 25세 이전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제패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2019년 프로로 데뷔한 모리카와는 한창 경험을 쌓을 나이다. 해안을 따라 만든 링크스 골프장도 지난주 스코티시 오픈에서 처음 경험했다. 디오픈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스코티시 오픈에서 그는 강한 바닷바람과 딱딱한 그린 등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공동 71위에 그쳤다. 모리카와를 디오픈 우승 후보로 꼽은 이는 없었다.

신이 모리카와에게 선물한 가장 큰 재능은 ‘학구열’이다. 명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공부하는 골퍼로 유명하다. 스코티시 오픈이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 남아 캐디 J.J 자코비치와 한참이나 링크스 코스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코비치는 “모리카와는 대회 결과에 실망하기보다 딱딱한 링크스 코스에선 어떤 종류의 아이언을 써야 하는지 궁금해했다”며 “디오픈으로 건너와선 마치 100번은 쳐본 것처럼 코스를 꿰뚫고 있었다”고 했다. 모리카와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스 컨디션이었지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필요한 걸 알아내는 숙제를 다 풀었다”고 했다.
동양계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대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제패한 모리카와에 대해 동양계 선수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역대 메이저대회에서 2승 이상 거둔 동양계 선수는 일본계 미국인인 모리카와가 유일하다. 4대 메이저(마스터스 토너먼트, US오픈, PGA챔피언십, 디오픈)를 모두 석권한 선수는 잭 니클라우스(81·미국), 우즈 등 5명뿐이다.

모리카와는 올해 PGA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94.3야드(114위)로 최하위다. 하지만 이미 전장이 길기로 유명한 PGA챔피언십을 ‘컴퓨터 샷’으로 제패했다.

모리카와는 도쿄올림픽 남자골프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오는 29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서 열리는 남자골프 종목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다.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은 장타보다 정교한 샷을 요구한다.

스피스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메이저대회에서만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우스트히즌은 1타를 잃고 11언더파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욘 람(27·스페인)도 우스트히즌과 공동 3위에 올랐다. 람은 경기 후 발표된 세계랭킹 순위에서 더스틴 존슨(37·미국)을 밀어내고 1주일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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